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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개’가 아니었나? 할 정도로
저는‘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릴 적에는 강아지 입에서 나는 젖비린내가 좋아
눈도 안 뜬 어린 새끼를 이불속에서 끼고 자다가 발각이 되어
오밤중에 동반추방을 당하였을 정도의‘견’사랑이
머리가 크고 나선 요상한 방향으로 왜곡 변질되어
주로 입(?)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좀 더‘구(狗)’를 심오하게 탐구하고 느끼고자……. ㅋ
우쨋기나
요즘 마음이 허전하고 옆구리가 시린 것 같아
어디에서 위안을 좀 받아 볼 양,
주위에‘강아지분양’을 광고하려 했지만
날리는 털, 풍기는 냄새는
아파트라는 공동의 공간에서는
조금은 생각해보야 할 것 같은 터에
‘블로그’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옳거니! 됐다! 딱이다!
블로그(Blog) 인지, 불도그(Bulldog) 인지
이름도 비슷하게‘개’종류 같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동네에서 사는 이놈은
자지도 않고 언제나 턱 받치고 저를 기다리며,
털어놓고 싶은 푸념이나, 넋두리, 주정(?)까지도
언제든지 말없이 받아줍니다.
꾸미고, 가꾸고, 먹이고, 키우는 별도의 비용도 일체 필요 없습니다.
공짜입니다.
게다가‘댓글’이라는 친구도 잘 불러들인답니다.
그리하여
대문을 세우고 작심하여 문패도 달았습니다.
배경음악이란 뮤직도 깔고…….
아침마다 마당을 쓸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누구시든지 부담 없이 아무 때나 오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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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하구 얼마간은
열심히 물도 주고 먹이도 주듯이
‘글’을 올리고‘음악’과‘사진’도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날이 갈수록 미루어지고 게을러져
처음의 열정은 적당히 식었습니다.
털이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나듯 블로그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볼거리가 있으려면
‘읽을꺼리’도 솔직 담백하게 써야 하고
가끔 나들이도 하면서 사진도 찍어‘볼거리’도 만들고
멋진 음악도 불러와‘들을꺼리’로 귀를 즐겁게 해야 하는데…….
알량하게 가지고(?)있던‘꺼리’들이 소진된 이유도 있겠고
변화 없이 반복되는 내 일상의 무료함도 그 까닭이겠습니다.
또한
사랑과 정성이 부족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강박관념으로 되돌아 쳐
‘블로그’라는 놈이 내 발뒤꿈치를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밥(?)’좀 달라고…….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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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누굴 보여주고자 시작하였던 것도 아니요
그냥 외롭고 심심하여 나 자신하고 놀자고
스스로의 놀이터를 만든 것이니
‘꺼리’를 못 올렸다고 초초해 하거나 근심할 필요 없이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저 꾸밈없고 담담하게 일기를 쓰듯이…….
유리거울처럼 산산이 깨어져
유기되고 방치 되였던 내 안의 나,
내 마음을 조각조각 붙이고 꿰매면서
‘블로그’부제의 뜻과 같이
푸른 하늘에 외로이 유랑하는 한조각 구름이야기,
푸념도 하고, 넋두리도 하면서
진정으로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사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