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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귀한 손님(?)을 초대하였습니다.
그 동안 너무 등한시하고 소홀하였던,
하지만 나와의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손님을 위하여 빈약하지만 조촐한 상을 차렸습니다.
수염도 깎고 미안수(美顔水)도 뿌려 몸단장까지 마쳤습니다.
게다가 옷도 평상복이 아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요
술을 좋아하는 그를 위하여 막걸리도 한 병 준비하고,
촛불도 쌍으로 켜놓았습니다.
나름대로의 진심어린 예의와 정성을 갖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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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마주보는 식탁의자에 조그마한 거울 하나를 세웠습니다.
마침내 그가 왔습니다.
나와 똑같이 수염도 깎고 미안수(美顔水)도 뿌리고,
옷도 같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서
비록 거울 속이지만 점잖고 다소곳이 내 앞에 앉아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났기에
우리들은 서로가 몹시 서먹하고 어색하여
한동안 말없이 막걸리 잔만 나누었습니다.
내가 따르면 그도 따라 따랐고,
잔을 들면 그도 따라 들었습니다.
나와 같은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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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말했습니다.
『 외로워~ 』
한참을 있다가 나직이 그가 속삭입니다.
『 너는 본래 외로움을 숙명처럼 목에 두르고 있어!
아니 모든 인간은 고독이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지
네가 정말 외로움을 알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란
그리움을 마음속에 두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그리움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지
습관은 무의식(본능)이며 선택은 의식(이성)이야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들 해,
이거 봐! 너무 외로워하지 마!
인간은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야
이다음에 늙고 병들면 모두들 네 곁을 떠날 거지만
나는 끝까지 떠나지 않아,
항상 너와 같이 있어왔고 또 있을 거라구!
그런 나를 넌 그냥 ‘그림자’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볍게 부르더군!
이제부터 마음속의 미련들을
다 끊어버리고 마음의 애착을 버린다면
넌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롭고 평화로울 수 있어
진정으로 온갖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야! 』
하며 다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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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습니다.
『 괴로워~ 』
이젠 아예 눈을 감고 답을 합니다.
『 괴로움은 집착이야~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공연한 성냄도 벗어 놓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될 걸,
지금껏 정신없이 골똘했으니
이제는 오롯이 업(業)이 되어 너의 목 조르고 있어
넘침은 넘치는 그것을 주어 담으려
또 다른 욕심이란 그릇이 필요하지만,
모자람은 넘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여유로움으로 지금에 만족하는 거야.
위로만 처다 보던 눈길을 아래로 돌리고
앞면만 보지 말고 이제는 옆이나 뒤도 좀 봐!
마음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
인생사 무소유라잖아!
그 무겁고 큰 업을
멀고 먼 저승길에 어찌 지고 가려고~ 』
하며 긴 한숨을 내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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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고 마지막으로 던졌습니다.
『 죽고 싶다! 』
눈을 크게 뜨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 죽고 싶다면 죽어!
그러면 너하고는 영원한 이별이야
너와 나는 여지까지 일심동체로 살아왔어,
난 너에게 순종과 복종해야하는
운명을 타고 났기에 찍소리 없었지만
만약 네가 마지막 길을 택한다면…….
너는 흙속이나 가스불 속으로 가겠지,
하지만 난 구천의 힘든 길을 홀로 가야해!
갈 테면 가! 이제 우리 다시는 못 만나는 거야! 』
쳐다본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합니다.
그도 속이 상한지 차려 놓은 음식은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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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피곤에 지친 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그 동안 너무 등한시 한 것 같아
참회하고 반성하며, 내 안에 나를 찾아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고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해보았습니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오는 것일 겁니다.
내 안에 있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가여운 또 하나의 ‘내안의 나’ 를
열심히 사랑해야겠습니다.
...........
혼자 자문자답하며
때론 중얼거리고
때론 징징거리고,
때론 낄낄거리고,
옆에서 누가 본다면 영락없는‘또라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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