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야기

하늘이 무너져도...

고운(孤雲) 2012. 6. 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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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하는지 사위를 분간 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속!

한 숨의 짬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만 떨어지는 끝없는 추락!

 

내가 내뱉은 약속들은 어느 순간 하나 둘씩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시간의 톱니바퀴를 올라타고 ‘채칵 채칵’ 내 목을 옥죄여 오는데

뾰죽한 대책과 방법도 없이 그것들을 당연히 지켜야한다는 자존과 내면의 소리.

응당의 도리와 책임도 절박한 나로선 어떨 땐 야속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더라.

생각하자니 벌렁거리는 가슴.

막히는 맥(脈).

차오르는 숨.

오르는 열.

이름 하여 ‘울병’

 

아무도 없이 혼자라는 처절한 외로움은 두려움으로 전이되어

추워서 몸이 떨리는 것은 견딜 수 있는데

공포에 마음이 떨리는 것은 걷잡을 수 없더라.

덩달아 정신도 없고, 넋도 나가 나사 풀린 멍청한 반편이 되고…….

 

 

어느덧 이성(理性)이라는 놈이 사리(事理)와 동반하여 가출한 자리.

‘될 대로 되라’ 라는 곤조를 가진 포기란 놈이 술병을 꿰차고 누어

이 순간의 모면과 지금의 현실도피를 안주 삼아 씹어대며

희망과 내일은 한 발짝 먼저 가는 가상(假想)일 뿐이라고 흥얼 흥얼.

게다가 무기력이라는 놈도 넉살좋게 같이 놀자네!

에효 ~ 닝기리~ 갈 때로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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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의 힘을 빌려 힘들게 잠을 청한 어젯밤.

숙면을 이루지 못하고 노루잠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꾼 꿈의 선명한 기억.

......

어디인지 모르는 황량한 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고,

너무 지쳐 포기할까하는 순간

저 멀리 앞에서 기다리며 시원한 물통을 들어 웃고 있는 사람.

뒤에서 등을 밀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

옆에서 박수치며 의지를 북돋아 주는 사람.

그들은 모두 다 내 이웃의 동무들.

.......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밤늦게 또는 아침 일찍 실없는 이야기꺼리를 핑계로

내 안위가 걱정이 되는지 뭐 하냐며 책을 주고,

전화질을 해대는 그들!

끼니때만 되면 수시로 불러내어 근심과 격려를 반주삼아 주던 저들!

가슴 저리도록 고맙고 마음 든든한 나의 모두들.

비록 울타리 안에 채마밭은 엉망이지만

집 앞 신작로의 가로수들은 울울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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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먼 곳에 송곳구멍만한 빛이 보인다면

방향을 잡을 수 있고, 끝이 보인다는 것이요,

바닥을 쳤다는 말!

조심스럽게 꿈이라는 열매를 생각하면 너무 성급한 망상?

 

달력을 다시 보고 집 나간 내일을 다시 부르자.

영농일기상의 망종은 이미 지나 버렸지만

내 마음의 텃밭에 희망이라는 놈을 파종하고

각오라는 거름을 한 움큼 듬뿍.

동무들이 주는 성원이란 햇빛과 용기라는 물과 같이.

 

그래도

악몽과 같았던 지난 뒷날을 되돌리기는 고사하고

생각하기도 정녕 싫지만

결코

잊을 순 없지!

아니

증말 증말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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