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한잔의 막소주와 들고 있는 과자봉지로 온 세상을 차지하며
이유 없는 너털웃음과 지켜지지 않을 선심들을 쏟아낸다.
아버지는
보이는 앞모습에서 호탕한 위엄과 기개는 넘쳐 나지만
돌아누운 뒷모습에선 땀 냄새와 구멍 난 런닝셔츠가 보인다.
어머니는 슬픔에 목이 메어 밖으로만 눈물을 흘리지만
아버지는 복받치는 억장을 누르며 속으로 피를 토한다.
어머니의 쟁쟁거리는 여러 소리는 귓등으로 흘리지만
아버지의 무거운 한마디는 가슴에 바위처럼 남는다.
그런 아버지는 자꾸만 집으로 들어 오려하고,
어머니는 온갖 핑계로 밖으로 나가려만 한다.
아버지도
집에서는 근엄한 척하지만 동무를 만나면 소년이 되고,
당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장미꽃을 줄줄 안다.
아버지도
연속극을 보면서는 울지 않지만
‘인간시대’를 보고는 휴지를 찾는다.
아버지는
울고 싶어도 시원히 목 놓아 울 곳이 없다.
쉬고 싶어도 맘 편히 기댈 곳이 없다.
말을 하고 싶어도 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
아버지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어
차가운 겨울바람이 휑하니 오고 간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늘 외롭다.
.
.
.
.
저기 저 거울 속에 서있는 머리 허연 나도
어느 새 아버지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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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 아버지 [봄날은 간다 OST] 작곡 조성우 편곡 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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