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야기

남자 장보기

고운(孤雲) 2012. 5. 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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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카트만 밀고 쭐래 쭐래 건성으로 따라만 다니던 장보기.

미리미리 생각하고 메모하여 사면 될 것을

기를 쓰고 매장을 수 없이 돌며 물건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 아~ 그냥 대충대충 사!”하고 퉁퉁거리던 것이

이젠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가 장을 보아야만 한다.

 

마트 출입횟수와 주부(主夫)체험의 결과는 내공으로 쌓여져

나름의 알량한 잔꾀와 꼼수는 일취월장을 하였더라.

 

이 슈퍼 저 마트의 전단지를 모두 수집하여

날짜별, 요일별, 종목별, 품목별 할인과 덤의 차이를 꼼꼼하게

검토, 분석하여 머릿속에 입력시켜 놓고,

 

일인분이나 이인분 같은 미세한 양의 절묘한 저울질…….

생필품은 먼저 식료품은 나중에,

그중에서도 육류와 생선은 맨 끝에…….

쭉쭉 빵빵 판매아가씨의 미인계에 넘어가지 말고…….

원 플러스 원이라는 절묘한 판매수법에 현혹되지 않으며…….

- 다음에 필요 할꺼여 - 하는 일시적 충동구매는 절대 노! 노!

 

 

“필요 없어요!”하고 버리던 영수증을 이젠 꼭 받아 체크하고,

백 원짜리는 물론 오십 원, 십 원짜리 잔돈까지 철저하게 챙긴다.

 

“에~효~~ 진작 이렇게 살지~ 짜샤!” 

내 속으로 만 씨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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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봉다리를 양손에 들고 친구 와이프와 맞다드렸을 때의 쪽팔림도

염치불구 체면불구로 때우고,

근접하지도 못하던 시식 코너 아줌마의 맛 자랑에

간지러운 맞장구를 쳐가며 연방 이쑤시개로 날렵하게 찍어대는 뻔스러움은

여느 주부들 못지않은 눈치불구 안면몰수로 극복했다.

 

결국은

이면체면에 개망신이라 생각한 것은

모다 배부른 허례요, 시 건방의 극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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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들이여~!

이렇게 알뜰살뜰한 ‘장보기’ 를 옆지기와 같이 한번 하여보시라!

우리

‘조걸 조만큼만 사서 그렇게 요리를 해보고,’

‘요걸 요만큼만 사서 이렇게 조리를 해보자.’라고

카트를 끄는 마당쇠가 되어 옆에서 부지런히 뻐꾸기(?)를 날린다면

 

‘왜 이래, 갑자기 죽을 때가 되었나?’하고 의아해 하기 보다는

변화된 당신의 모습을 간섭과 개입이 아닌 참여와 분담으로 생각하여

 

머리 좋은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관심을 가장한 은근한 자기사랑으로 기똥차게 의역을 하여

감복과 탄복, 감동과 감탄을 할 것인지라

 

아침밥상의 반찬이 달라지고

저녁 침실에선 분 냄새가 날 터인 즉

 

그대들이 걱정하였던 개밥의 도토리 신세와

가정의 왕따는 건너 집 일이고,

앞으로의 복리후생과 노후생활은

근심걱정 뚝!  전도 창창 일 것이다.

하여

『우리모두 남자들에게 영광 이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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