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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느닷없이 걸려온 딸내미의 전화
『아빠! 핸드폰 바꾸세요∼』
『아직 괜찮은데….』
『저번에도 그냥 지나갔으니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추임새가 들어간 은근한 공갈 협박
못이기는 척 은근슬쩍 내뱉은 말
『뜻이 정이나 그렇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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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천안까지 가서 사가지고 와
새벽녘에 다섯 식구가 들이닥쳤다.
『하비! 하비! 뽕! 뽕!』
들고 오는 손주 녀석이 더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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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녀석의 재롱을 동영상으로 볼 수 없어
2G에서 3G로 바꾼 지 근래(近來).
굳이 소통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았지만
어느새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쓱쓱 문지르며 작동을 시키는 것이
시쳇말로 ‘깔쌈’ 하게 멋져 보여
은근히 어깨너머로 힐끔거리던
부러움과 선망과 로망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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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곁을 떠나간
분신과도 같았던 피처 폰(feature phone).
그 동안
수많은 사연을 주고받았고,
기억하고 싶었던 장면들을 재빠르게 담아 주며,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순간들을 함께했던….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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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되어 있던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과
숫자로 표기되어 연결되었던 번호들을
새 스마트폰으로 옮겨버리니
마치 영혼을 빼앗아 버린 것처럼 애잔한 마음.
‘연결을 할 수 없습니다.’ 는 문자만 계속되는
옛 전화기의 바뀐 번호만 누르고 있다.
몇 해 전
한 살도 못살고 내 곁을 떠나간 강아지 ‘뽀삐’ 를 쓰다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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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도 그 녀석은 소각로로 들어가질 않고
후배 아들놈이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갔다.
부디
새 주인의 충복이 되어 좋은 소식, 기쁜 뉴스만 전해다오.
네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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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 는 뭐고 ‘ 어플리케이션’ 은 뭔가?
‘카카오 톡’과 ‘채팅’ 은 종자가 다른 건가?
‘구글’ 과 ‘안드로이드’ 와의 인과관계는?
새로이 접해보는 용어들이 생소하고 헷갈린다.
오랑우탄의 아이큐로
번쩍거리는 이 풍진 세상을 헤쳐가자니
얼 띠고 멍청해 지는 것이
오롯이 나이 탓만은 아닐 것 같다.
우쨋기나
새로이 내게로 온 새 식구
『스마트 폰』을 맞았으니
나도 이제부터
‘스마트’ 해 질까?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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