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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유리조각처럼 내리 꽂히는 햇볕
목 타는 시간은 정지해버렸고
가로수 잎마저 숨을 죽이고
인적이 실종된 거리…….
올 해의 더위는 예년에 없던 아주 이악스런 놈인가 보다.
아무리 날짜가 삼복허리에 매달려 있어도
33∼4도를 넘지는 않았었는데
요즈음은 온도계의 눈금이 35∼6도
40도의 밑구멍을 연실 치받고 있다.
허나
작년처럼 습기를 동반한 ‘무덥고, 끈끈, 후덥지근함’이 아니라
볕에 나가면 ‘뜨거움’의 한 단계 위인 ‘따가움’이니
그래도 조금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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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매달려있는 온도계는 새벽 5시에도 여전히 30.5도
아주 똑 부러지는 열대야.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은 인테리어소품이 되어 버린 지 오래
홀라당 벗은 채로 선풍기를 밤새 돌리고 물수건을 덮어도
토막잠에, 깨기가 일수
차라리 냉동실에 대갈빼기를 처박을까?
아침나절에는 비몽사몽
얼빠진 복날 견공(犬公)의 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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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빼무는 더위 탓에
식은 밥을 물 말아 먹는 식단이 매일
게다가 찬물만 연실 들이키니
더위를 먹은 탓인지
영양부족 사태인지
속은 쓰리고 자고나면 식은땀만 축축
또한
연로한 모친의 기력도 하루가 다르다.
해서
마트의 이름만‘토종’인 닭 한 마리를 조잘.
닭곰탕이라는 복달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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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했던
근동 동무 집을 오랜만에 찾았더니
기르던 똥개가
이 삼복염천에 새끼를 네 마리나 생산.
디다보며 귀여워 죽는 친구 마눌이
예쁜 이름을 지어 달란다.
“삼복더위에 힘들게 나왔으니 제 절기에 맞게
첫째 놈은 『수육』이
둘째 놈은 『전골』이
셋째 놈은 『무침』이
막내는 『탕탕』이가 어떨까요?“
“이 인간이…….”
구부러진 부지깽이를 들고 쫒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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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리와 등짝에 쏟아지는 햇살이 무섭고
줄줄 흘러내리는 육수를 감당키 어려워
대낮의 산행은 엄두도 못 내고…….
골바람 시원한 근처 산으로
슬러시가 된 맥주병을 꿰차고
주거탈출, 야반도주!
넙다디한 바위에 걸터앉으니
발아래 펼쳐지는 저잣거리의 불빛이
‘카바차차’의 우주볼 같다.
“룸 싸롱이 별개야”
지 혼자
감탄!
감동!
감격!
꼴까닥, 지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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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단위는 마지막 복(伏)도 지났고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도 엊그제
허지만 별스럽고 유난스럽게 더운 올해
그래도 이 악물고 살아남아야 갰기에
이것저것,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더위를 견딜 묘수에 꼼수를 더 한다.
이름하여 필살기(必殺技)가 아닌
필살기 - 필히 살아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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