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야기

삼복염천(三伏炎天) 필살기

고운(孤雲) 2012. 8. 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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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유리조각처럼 내리 꽂히는 햇볕

목 타는 시간은 정지해버렸고

가로수 잎마저 숨을 죽이고

인적이 실종된 거리…….

 

올 해의 더위는 예년에 없던 아주 이악스런 놈인가 보다.

아무리 날짜가 삼복허리에 매달려 있어도

33∼4도를 넘지는 않았었는데

요즈음은 온도계의 눈금이 35∼6도

40도의 밑구멍을 연실 치받고 있다.

 

허나

작년처럼 습기를 동반한 ‘무덥고, 끈끈, 후덥지근함’이 아니라

볕에 나가면 ‘뜨거움’의 한 단계 위인 ‘따가움’이니

그래도 조금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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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매달려있는 온도계는 새벽 5시에도 여전히 30.5도

아주 똑 부러지는 열대야.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은 인테리어소품이 되어 버린 지 오래

홀라당 벗은 채로 선풍기를 밤새 돌리고 물수건을 덮어도

토막잠에, 깨기가 일수

 

차라리 냉동실에 대갈빼기를 처박을까?

 

아침나절에는 비몽사몽

얼빠진 복날 견공(犬公)의 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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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빼무는 더위 탓에

식은 밥을 물 말아 먹는 식단이 매일

게다가 찬물만 연실 들이키니

더위를 먹은 탓인지

영양부족 사태인지

 

속은 쓰리고 자고나면 식은땀만 축축

또한

연로한 모친의 기력도 하루가 다르다.

해서

마트의 이름만‘토종’인 닭 한 마리를 조잘.

 

닭곰탕이라는 복달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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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했던

근동 동무 집을 오랜만에 찾았더니

기르던 똥개가

이 삼복염천에 새끼를 네 마리나 생산.

 

디다보며 귀여워 죽는 친구 마눌이

예쁜 이름을 지어 달란다.

 

“삼복더위에 힘들게 나왔으니 제 절기에 맞게

첫째 놈은 『수육』이

둘째 놈은 『전골』이

셋째 놈은 『무침』이

막내는 『탕탕』이가 어떨까요?“

 

“이 인간이…….”

구부러진 부지깽이를 들고 쫒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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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리와 등짝에 쏟아지는 햇살이 무섭고

줄줄 흘러내리는 육수를 감당키 어려워

대낮의 산행은 엄두도 못 내고…….

 

골바람 시원한 근처 산으로

슬러시가 된 맥주병을 꿰차고

주거탈출, 야반도주!

 

넙다디한 바위에 걸터앉으니

발아래 펼쳐지는 저잣거리의 불빛이

‘카바차차’의 우주볼 같다.

 

“룸 싸롱이 별개야”

 

지 혼자

감탄!

감동!

감격!

 

꼴까닥, 지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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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단위는 마지막 복(伏)도 지났고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도 엊그제

 

허지만 별스럽고 유난스럽게 더운 올해

그래도 이 악물고 살아남아야 갰기에

이것저것,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더위를 견딜 묘수에 꼼수를 더 한다.

이름하여 필살기(必殺技)가 아닌

필살기 - 아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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